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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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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참 좋아했다.
누가 뭐라 해도 그 시절 내 인생 최고의 소설가는 무라카미 하루키였다.
시간이 흘러 마흔 중반이 된 지금, 문득 옛 생각이 나서 그의 소설 한 권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 보았다.
예전에 읽었던 것 같지만, 세월이 지나 지금은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이었다.
2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 그의 소설은 나에게 어떤 울림을 줄까?
그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예전처럼 큰 감동은 없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지금의 내가 20대 시절의 나보다 세상을 더 알아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 속 주인공이 10대부터 30대 후반까지 겪는 아픔과 깨달음은, 이미 내가 살아오며 체험한 것들이었다.
주인공이 깨달은 것들을 나는 이미 알고 있고, 그래서 감동이 옅을 수밖에 없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언제나 ‘상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젊은 시절의 나는 그런 상실을 제대로 경험해 보지 못했기에, 그의 소설을 읽으며 오히려 그 ‘어른의 상실’을 동경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이미 크고 작은 상실들을 겪어 왔고, 앞으로도 더 많은 상실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런 삶을 살아온 중년이 읽는 하루키의 소설은, 오히려 내 삶과 너무 닮아 있어서 큰 감동을 주지 못하는 듯하다.
그렇기에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은 오히려 20대, 청년들이 읽으면 가장 좋은 소설이 아닐까 싶다.
인생의 초입에서 상실이라는 감정을 처음 마주하는 이들에게, 하루키의 소설은 여전히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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